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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흥사 범종 복제 시 미술사적 측면의 고려사항

◇ 미술사(공예사)적 특징

1) 양식특징
강희 29년(조선숙종 16)인 1690년에 주성된 <운흥사 범종>은 현재 일본 동경의 네즈미술관(根津美術館)에 소장되어 있다.
몸체에 비해 종구(鍾口)가 더 벌어진 사다리꼴 모양으로 정상부에는 종고리 역할의 종뉴(鍾鈕)와 함께 뚜껑부에 해당하는 천판(天板)에는 복련대(覆蓮帶)가 둘러져 있으며, 어깨 부분에는 고려시대 때까지 보이던 상대(上帶) 대신 범자(梵字)가 들어 있는 둥근 문양(圓圈紋)이 빙 둘러져 있다.
몸체의 배 부분에는 당초문(唐草紋) 장식의 테두리가 둘러진 사각형 틀 안에 꽃봉오리 모양의 연뢰(蓮蕾)가 9개씩 장치된 연곽대(蓮廓帶) 4개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연곽대 사이에는 둥근 형태의 머리 광배(圓形頭光)에 대의(大衣) 모양의 법의(法衣)를 착용한 채 연화좌를 딛고 서서 합장하고 있는 제석천·범천(帝釋天·梵天) 추정의 보살형 존상이 각 1구씩 4구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종구 위쪽 몸체 하단부에는 연화문과 덩굴무늬가 조합된 연화당초문대(蓮花唐草紋帶)가 빙 둘러져 있다.
범종 정상부의 종뉴는 가느다란 고리 모양의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쌍용뉴(雙龍鈕)로서, 고리 꼭대기에는 불꽃에 휩싸인 화염보주(火焰寶珠)가 놓여져 있고 굽은 등에는 지느러미가 돋아 있다. 두 발은 발톱을 세워 마치 천판을 움켜쥐는 듯 힘차게 나타내었으며, 입가로부터 몸쪽으로는 길게 뻗친 뿔이 표현되어 있다.

운흥사 범종의 종뉴와 천판의 복판연화문

범종 천판의 복련대는 긴 장방형의 꽃잎 형태로서 두 가닥의 선으로 모양을 만들고 끝부분을 약간 솟아오르게 표현하여 장식적이다. 어깨 부분의 둥근무늬(圓圈紋)는 원 안에 곡선적이고 유려한 필치의 범자〔육자대명왕진언(六子大明王眞言) ; 옴·마·니·반·메·훔〕를 두었다.
몸체 상부에 위치한 연곽대 안쪽에는 8∼9엽의 연판을 자리로 하여 피어난 연꽃봉오리 모양의 돌기(蓮蕾)를 중앙에 두었다.

어깨 부분의 둥근무늬

연곽대와 연뢰

연곽대 사이에 위치한 4구의 보살형 존상은 오른쪽으로 몸을 틀고 합장하고 서있는 입상 으로서 배를 살짝 내밀어 원만함을 보여주며, 존상 옆쪽에는 연화받침을 한 위패 모양의 명문 구획이 자리하였는데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례적인 의미의 󰡐주상전하수만세(主上殿下壽 萬歲)󰡑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보살형 존상

명문구획-전패

몸체 하부 연화당초문대

한편 몸체 하부의 문양대는 줄기 형태의 당초문과 연꽃의 연합체인 연화당초문대(蓮花唐 草紋帶)로서, 낮은 융기선으로 나타내어 다소 섬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세련된 솜씨를 보여준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거의 손상 없이 전해오는 네즈미술관 소장의 <운흥사 범종>은 범종의 형태 및 몸체 구성상의 특징, 쌍용의 종뉴와 천판의 복련대, 종 어깨의 범자 둥근무늬, 연곽대 안에 장치된 돌기 형태의 연뢰, 보살형 존상과 위패형 명문구획, 하대 문양대 등이 완벽 하여 국가문화재급으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하겠다.

2) 명문 분석
<운흥사 범종>은 연곽대와 보살형 존상 사이 아래쪽에 선각으로 범종의 내력을 알게 해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운흥사 범종 명문 전체

명문 내용은 “강희이십구년경오오월일 고성현서산령와룡산운흥사대종 중오백근(康熙 二十九年庚午五月日 固城縣西山領臥龍山雲興寺大鍾 重五百斤) 대종대시주 김호성 대시주 최□학 가선대부 경윤시주 조성□ 대시주 □묵 겸 대종대시주 이삼□ 대시주 노□□금 대시 주 이□찬 통정대부 김애립 김예발(大鍾大施主 金好成 大施主 崔□鶴 嘉善大夫 敬允 施主 趙 成□ 大施主 □黙 兼 大鍾大施主 李三□ 大施主 盧□□金 大施主 李□賛 通政大夫 金愛立 金 禮發)”이다.

먼저 첫 단락의 “康熙二十九年庚午五月日 固城縣西山領臥龍山雲興寺大鍾 重五百斤”은 “이 범종은 강희 29년(1690년) 경오년 5월에 주성한 고성현 서쪽 준령 위치의 와룡산 운흥사 범종 으로 무게는 500근이다”라는 의미로서 범종의 주성년대와 봉안사찰, 범종의 무게 등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다음으로 “大鍾大施主 金好成 大施主 崔□鶴 嘉善大夫 敬允 施主 趙成□ 大施主 □黙 兼 大鐘大施主 李三□ 大施主 盧□□金 大施主 李□賛 通政大夫 金愛立 金禮發”은 주종 시 시주자에 대한 내용으로서 “대종대시주는 김호성이며 대시주는 최□학과 가선대부인 경윤이 맡았으며, 시주는 조성□이다. 대시주 □묵 겸 대종대시주는 이삼□이 맡았으며, 대시주는 노□□금과 통정대부 김애립과 김예발이 맡았다”는 내용이다.
시주자에 대한 내용 중 끝부분의 ‘通政大夫 金愛立 金禮發’은 운흥사 범종을 주성한 장인 들로서, 이 가운데서도 특히 ’통정대부 김애립’은 󰡐김용암(金龍岩)’ ‘김상립(金尙立)’과 더불어 조선시대 후기를 대표하는 사장계(私匠系)의 대표적인 주종장이다. 그가 참여하여 만든 범종은 여수 흥국사 소장 <대흥사 범종>(1665년, 보물 제1556호)과 일본 소재<운흥사 범종>(1690년), 고흥 <능가사 범종>(1698년, 보물 제1557호)으로 ‘김애립’이 책임을 맡아 주성한 대표적인 범종들이다.

◇ 복제 시 필수적 고려사

● 종뉴의 쌍용과 천판의 복련대
먼저 쌍용뉴의 경우 실리콘 등을 사용하여 형태를 떠내되 고리 정상부의 화염보주를 비롯 하여 뿔과 지느러미처럼 돌출되거나 입체적인 용의 모습, 천판을 움켜쥐는 듯 표현된 사실적인 발 및 발가락, 몸통의 비늘, 툭 불거진 눈까지 등을 정밀하게 복제토록할 필요가 있다.
천판의 복련대는 긴 장방형의 연꽃잎 형태로서 두 가닥의 선으로 모양을 만들고 꽃잎 끝부분을 약간 솟아오르게 반전시켜 평면적이면서도 장식적이다. 틀 조형시 솟아오름 표현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어깨 부위의 범자 둥근무늬
둥근무늬 또한 두 가닥의 선으로 원형 틀을 마련하고 그 안쪽에 범자가 양각되어 있다. 틀 제작 시 글자체와 획의 삐침 방향을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 연곽대 및 보살형 존상과 위패형 명문구획
연곽대의 경우 네모꼴로서 테두리에는 당초문대가 장식되어 있고, 안쪽으로는 연화받침 위로 눈이 트이는 봉오리 모양의 돌기를 장치하여 연꽃봉오리 형태를 이루고 있다. 테두리의 당초문대는 섬세한 선으로 표현된 반면 연화좌 및 연뢰는 두드러짐 표현이 선명하여 틀을 떠 낼 때 돌기의 솟아오른 높이까지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정확성이 요구된다.
존상 뒤 쪽에 자리한 위패 모양의 명문구획은 낮은 융기선으로 표현하여 자칫 형태와 안쪽의 명문이 변형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도를 요한다.

● 몸체 하부의 연화당초문대
종구로부터 약간 위쪽으로 몸체를 빙 두르고 있는 연화당초문대의 경우 높지 않은 양각 으로서 문양의 섬세함이 약간 뒤떨어지는 만큼, 실리콘 등을 압출할 시 바닥 부분까지 구석구석 들어갈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한 개의 틀을 마련한 다음 여러 번에 걸쳐 문양을 떠내어 완성된 만큼 본래 각 틀의 접합점 구분을 명확하게 파악하여야하며, 문양의 연결 상태 또한 세심하게 살피도록 한다.

● 몸체 하부의 명
보살형 존상 아래쪽으로 선각되어 있는 명문은 정으로 쳐서 글자를 만들어 내어 글자의 크기와 글자체 및 글자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까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틀을 떠내어야만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여러 사항들을 고려하고 정확도를 높여 틀을 떠냈을 때라야만 비로소 성공적인 복제가 이루어져 비록 간접적으로나마 본래 유물의 가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