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탄생과 죽음,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했던 화랑 ‘원효’. 그가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운 신라의 대표 승려 ‘의상’. 뮤지컬 ‘쌍화별곡’은 한 시대를 풍미했으며 현재까지 그 위상을 잃지 않고 있는 두 인물의 젊은 시절을 그렸다.
해골물 일화로도 유명한 원효와 의상의 ‘쌍화별곡’은 원효가 낭도 시절 전쟁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고 탄생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다 불교에 귀의하면서 시작한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지만 인간의 고뇌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인들은 여전히 생사(生死)의 관계에 의문을 품고, 사랑과 이별의 이중성에 고민하며, 숱한 유혹과 질투와 미움에 사로잡혀 산다. 역시 이에 번뇌한 원효와 의상은 과거를 대표하는 고승이자 현재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번뇌는 마음에 있으며 번뇌를 버리는 것 역시 마음에 달려 있다는 불교적 철학이 원효와
의상의 노래 가락과 몸짓으로 쉴 새 없이 파고든다.
심오한 사상을 다룬 탓 에 자칫 극 전체가 무겁고 어두워질 수 있지만, ‘쌍화별곡’은 이를 소박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전달하면서 관객의 종교와 나이의 제한을 타파한다.
원효와 요석공주(김춘추의 딸), 의상과 당나라유학 중 만난 여인인 선묘낭자의 사랑이야기 역시 그들이 천년 역사의 신라를 대표하는 촉망받는 고승이기 이전에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과 다르지 않은 중생임을 일깨워주면서 친근함을 전달한다.
초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완벽한 뮤직넘버로 관객을 사로잡은 ‘쌍화별곡’은 무용가, 안무가, 배우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동해 온 이란영의 첫 연출작이다. 여기에 국악 타악기와 일렉트로니카의 결합으로 극에 꼭 맞는 음악적 옷을 입힌 작곡가 장소영과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등 주옥같은 가사로 원효와 의상을 표현해 낸 작사가 이희준 등 ‘쌍화별곡은’ 한마디로 실력파 여성 3인방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웅장한 서사시다.
무대를 가득 메운 두 개의 회전무대는 관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김다현, 박완, 김호영, 정선아 등 뮤지컬계 톱스타들의 열연은 단 한 순간도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의 극 몰입도를 가져다준다.
국내 창작뮤지컬의 수준을 한층 높여준 ‘쌍화별곡’은 9월 30일까지 서울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오는 11월까지 부산과 대구, 중국 등에서 무대를 이어간다.
뮤지컬 '쌍화별곡' 중국투어 마무리…새 한-중 문화교류의 장 열었다(2014.01.07)
한국의 창작뮤지컬 ‘쌍화별곡’이 새로운 한-중 문화교류의 장을 열었다.
이란영 연출의 뮤지컬 ‘쌍화별곡’이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전국정협예당(全國政協禮堂)에서 중국투어 마지막 공연을 마쳤다.
공연이 펼쳐진 전국정협예당은 중국 최고의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회의장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뮤지컬 공연이 열리기는 지난 1954년 설립 이후 이번이 처음.
뮤지컬 ‘쌍화별곡’은 중국불교협회의 공식 초청을 받아 지난해 12월5일 중국 심천을 시작으로 해남도, 광저우, 베이징에 이르는 4개 도시 투어에 나섰다. 정부기관 승인을 통해 한중 문화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은 바 있다.
이날 공연은 한국과 중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졌다. 뮤지컬 총괄 프로듀서인 영담 스님(부천석왕사 주지)을 비롯해 민주당 홍영표 국회의원, 새누리당 김장실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중국 측에서는 한팡밍 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과 장젠융 중국국가종교사무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연관람에 앞서 정협예당 1층 동남청에서 뮤지컬 ‘쌍화별곡’의 중국 순회 공연을 축하하는 행사를 갖고 향후 양국의 실질적인 교류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뮤지컬 ‘쌍화별곡’은 1200년 전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당나라에 유학 온 의상대사와 해골물 일화로 유명한 원효대사의 우정과 인생을 다룬 대서사시다.
쌍화별곡 중국 투어
· 2013년 12월 05일 ~ 07일 : 심천 공연
· 2013년 12월 11일 ~ 12일 : 해남도 공연
· 2013년 12월 16일 ~ 18일 : 광저우 공연
· 2014년 01월 03일 ~ 04일 : 북경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