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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교신문] “껍데기 쫒지 말고 알맹이 보라”
등록일
2017.11.18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898

2017.01.06 17:59
 

 

“한 생각 깨달으면 그대로  다겁다생

모든 번뇌와 습이 일시에 소멸된다.

육조스님의 가르침 잘 듣고 성불하라”

 

‘원만성불’ 한 순간에 이르는

육조 혜능조사의 가르침을

설명한 고산스님의 강의록

올해로 출가 70주년을 맞은 쌍계총림 방장 고산스님의 강의와 법문이 출간된다. 2년간에 걸친 <쌍계총림 신서> 발간의 첫 도서로 지난 5일 <육조단경 강의>가 출판됐다.

 

쌍계총림 방장 고산스님이 올해로 출가 70년을 맞았다. 일제로부터 해방되던 1945년 입산해 3년간 행자생활을 하고, 1948년 계를 받은 스님은 해박한 경전에 대한 이해와 선사, 율사의 면모를 갖춘 스승이다. 고산문화재단에서 그동안 고산스님의 강의를 정리해 <쌍계총림신서>를 발간한다.

쌍계사 주지 원정스님은 지난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출판일정을 공개했다. 원정스님에 따르면 이날 발행된 <돈황본 육조단경>을 시작으로 올해 <범망경>, <금강경> 오가해를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법화경>, <능엄경> <대승기신론>, <유마경>을 계획하고 있다. 또 범패와 어산 의식에 관한 책도 발간 예정이다.

원정스님은 “지난 30여 년 간 각종 강의를 정리해 총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고산스님의 경전 강의는 수행자로서 실천과 강백으로서 강의, 학자로서 연구에 매진해 온 평생 실천수행의 결과물이다. 원전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이본을 꼼꼼히 비교연구한 강의내용은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육조단경>은 육조 혜능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내용이다. 23여 년 전, 스님들의 공부 모임인 ‘명심회’ 스님들이 고산스님을 찾아와 강의를 청했다. 그때 학인 스님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고산스님은 <육조단경>을 강의했다. 스님은 <육조단경>을 강의하면서 “혜능선사는 법과 부처님이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중생과 부처님이 일체라고 하셨다. 또 도를 닦는 이나 속인이나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선언하셨다”며 “껍데기만 보지말고 알맹이를 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예전의 일화를 설명한다. 마치 옛날 이야기를 전하는 듯 자연스럽게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운사에 왔는데 법당 앞에서 코를 질질 흘리는 대처승 노장에게 옷을 잘못 입었다고 옆에서 마누라가 옷을 입혀주고 코를 닦아주고 하는데 어떻게 꼴 보기 싫은지. ‘어디서 대처승 작자가 마누라 데리고 다니며 지랄이냐’고 한참을 닦아세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주지스님을 만나 ‘법당에 가니 웬 대처승 조끄만한 것이 하나 와서 돌아다니길래 내가 잔뜩 혼내주고 왔습니다’ 그랬더니 ‘그 노장이 안진호 노장이다’고 하는 것입니다.”

안진호스님이 저술한 경전을 배웠던 젊은 고산스님은 정신이 번쩍 들어 장삼을 입고 스님을 찾아 참회의 인사를 올렸다.

“그런데 공부를 많이 한 스님이어서 그런지 ‘괜찮아 괜찮아. 모르면 그럴수도 있지’하시는 거야. 참 자비로운 스님이셨어. 그런데 나중에 학인 몇 명 데리고 밥 얻어먹으러 대구 보현사에 갔는데, 원주스님이 나보다 젊은데도 잘 부려 먹드라고. ‘저기 밥통 가져와, 진지 돌려.’ ‘예’ 하고 꼼짝없이 밥통 들고 했지. 나중에 밥 다 먹고 나니까 학인이 ‘강사 스님, 볼 일 다 보셨습니까’ 하는 것이야. 원주 스님이 장삼을 고쳐 입고 와서 ‘아까 몰라뵈었습니다’ 하는데 안진호스님 닦아세우던 생각이 납디다.”

고산스님의 <육조단경 강의>는 돈황본을 저본으로 하고 있다. 그에 더해 대승사본, 덕이본, 흥성사본, 종보본 등 다른 본을 비교해 빠지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해석했다. 원정스님은 “고산스님은 강의에 앞서 경전에 대해 철저한 연구와 비교분석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책 본문에서도 고산스님은 명심회 스님들에게 “여러분이 앞으로 연구할 적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갖다가 종합해서 대조해 보지 않으면 그 핵심을 못 잡는다. 전부 갖다놓고 봐도 왜 이런거 있지, 알기는 분명 알고 있는데 표현이 잘 안 되는 것이 있다. 전부 종합해서 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고산스님의 강의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불교 일화와 근·현대 스님들의 일화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점이 특징이다. 여러 일화를 통해 ‘왜 혜능조사가 그런 말을 했는가’ 설명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원만성불’이라는 혜능스님 가르침을 설명하고 있다.

고산스님은 서문을 통해 “생사해탈을 하려면 부처님의 말씀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33대 조사이신 육조 혜능조사의 ‘경절문 돈오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 일념즉시(一念卽時)에 성불할 수 있다”며 “한 생각 깨달으면 그대로 다겁다생 모든 번뇌와 습이 일시에 소멸된다. 육조스님의 가르침을 잘 들어서 모두 원만성불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고산스님은

1933년 경남 울주에서 태어나 해방되던 해인 1945년 입산, 1948년 동산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이후 줄곧 강원에서 삼장을 연구했으며, 고봉스님에게 ‘선교일여도리’를 배웠고, 1972년 석암율사로부터 전계를 받았다.

조계사와 은해사, 쌍계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1998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다. 2008년 조계종 전계대화상으로 추대됐으며, 2013년 쌍계총림 초대방장으로 추대됐다.

스님은 경전에도 밝아 다양한 불서들을 번역해 소개했다. 대표적 저서로 <우리말 불자 수지독송경>, <반야심경 강의>, <대승기신론 강의> 등과 <다도의범>, <관세음보살 영험록, 소원을 이루는 법> 등이 있다.

[불교신문3264호/2017년1월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