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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교육부 필두로 한글 보급 앞장서야"
등록일
2017.11.18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1050

"교육부 필두로 한글 보급 앞장서야"

[지역리더에게 듣는다] 영담 스님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이사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광수 기자 |입력 : 2016.08.01 15:33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14일,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박종철 학생이 불법 체포 당해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이 바로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지만 사건의 진상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전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킨다. 하지만 ‘6월 항쟁’에 앞서 부천을 ‘무정부 사태’까지 몰고 갔던 ‘부천 시민운동’을 기억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당시 부천에서는 3월1일 ‘박종철 49재’인 ‘천도재’를 위해 문익환 목사를 비롯해 계훈제, 백기완, 송영길, 김문수 등 재야인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부천시민들이 모두 거리로 몰려나올 정도의 큰 시위에 당황한 정부는 사전 봉쇄를 선포하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시민들이 다칠 것을 염려한 영담 스님은 자신이 주지스님으로 있었던 부천 석왕사를 개방하고 당시 경찰서장이었던 이주호 씨에게 “석왕사에서 일어난 일을 책임질 테니 봉쇄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약속과는 달리 ‘천도재’ 아침 당일부터 석왕사를 가장 먼저 봉쇄한 경찰들로 인해 평화롭게 진행되려던 행사는 ‘시민운동’으로 확산돼 다른 도시로 번져나가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부천 시민운동이야말로 ‘6월 항쟁’의 시초”라고 말하는 영담 스님은 당시를 회상하며 군사정권 하에서 인권이 얼마나 심하게 말살됐었는지 조목조목 짚어냈다. 시민운동의 배후자로 지목돼 갖은 고초를 겪은 후 스님에서 인권운동가로 뒤바뀔 수밖에 없었던 인생은 그에게 지금도 ‘저항’이라는 단어를 매번 몸소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린다

“1967년에 출가해 스님이 됐다. 부산 범어사에서 경전을 공부하면서 해탈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노력했다. 1974년에는 동국대 승가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았으며 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로 편입해 학위를 받았다. 행정학과로 전환한 것은 조계종의 행정체계가 주먹구구식인 것을 알고 행정을 바로 잡아보자는 취지에서 다니게 됐다. 1978년에는 부천으로 넘어가 포교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같은 해 12월에는 야학을 운영하며 배움을 나누는데 앞장섰다. 야학을 통해 배출된 사람들 중 인천/부천 지역 노동운동가로 성장한 분들이 많다. 이들과 함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살 집을 만들어주기도 했으며 ‘부천시민신문’을 만들어 지방자치의 감시자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종단으로 들어와서는 주요 보직을 지내며 포교에 노력했다.”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은 2001년에 설립된 단체다. 2001년 당시에는 재외동포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전무후무하던 시절이다. 당시 적십자 총재이면서 평민당 대표이셨던 서영훈 선생님의 주도로 재단이 설립됐다.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를 비롯해 영부인이신 이희호 여사 등 많은 분들이 설립에 참여해 주셨다. 내가 이사장으로 맡은 것은 2011년도다. 설립 이후부터 재단이 해오고 있는 사업은 재외동포들에게 교육부가 인정하는 한국어 교과서와 교재를 나눠주고 우리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게 주요 사업이다. 특히 재외동포 2~3세대는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어 자신의 뿌리를 잊고 사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 한국 교과서와 한글 교재를 보내주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한류의 영향으로 재외동포뿐만 아니라 현지 외국인까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해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단이 주도하는 국제학술대회가 매년 개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신다면

“국제학술대회는 각 나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육자들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마련한 정부 행사다. 올해 14회를 맞이하는 국제학술대회는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이 주최하고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매년 주관해 개최하고 있다. 비슷한 행사로는 문체부의 지원을 받아 세종학당이 주최하는 학술대회와 외교부가 설립한 재외동포재단이 운영하는 학술대회가 있다. 역사로 보면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주최하는 대회가 가장 오래된 전통과 노하우를 자랑한다. 최근 정부는 예산 낭비를 이유로 3개 부처의 행사를 통합하려고 하는데 역사와 전통은 무시하고 가장 힘이 있는 부처에게로 ‘막무가내’식 통합을 유도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예산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해외동포를 위한 교과서와 한글 교재 보급은 어느 정도이며 주요 사례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린다

“현재 실질적인 교과서와 한글 교재 보급은 90%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난 이 보급률을 완전한 공급을 의미하는 100%로 끌어올리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취임 후 교과서와 교재 공급에 관심을 갖고 얘기한 바 있다. 교재 보급률 100%를 위해서는 예산이 중요한데 현재 95%까지 끌어 올려놓은 상태다. 
예전에는 재외동포들이 주로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데 교재가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도 교재가 활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러시아, 몽골, 태국 등 외국대학에서 한글학과가 제2외국어로 선택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교재의 쓰임새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역시 국제학술대회에 초청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노력하고 있다. 

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함에 있어 행정상 고민해야 하는 게 한 가지 있다. 학술대회 참가시 항공료 등의 경비 50%를 일률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인데 잘 사는 국가에서는 50%를 지원해줘도 참여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낙후된 지역에서 50%의 지원만으로는 행사 참여에 버거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중국 동북3성의 조선족들이 그들인데 이들에게는 일률적 지원이 아니라 차등 지원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북한 교과서와 교재가 아닌 한국 교과서와 교재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게 될 것이다.”

국제학술대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더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매년 방문하던 분들이 다시 방문해 교육 연수보다는 고국 방문으로 치우치는 폐단을 막기 위해 3년 내 유사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그래서 전 세계 한국어 교육자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각 나라의 비행시간을 고려해 행사의 앞뒤 일정으로 하루 정도 여유를 갖게 해준 것도 내가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바꿔놓은 것들이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국제학술대회 참여를 위해 매년 200명 정도가 참가 신청을 하고 있으며 매년 100명 정도 추려내 초청하고 있다. 향후 초청 인원을 200명 정도로 늘려서 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으로 한글학교를 지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것으로도 알고 있다. 

“한글학교 설립을 기획하기 된 것은 2015년 러시아 남서부인 볼고그라드를 방문하면서부터다. 볼고그라드는 세계사에서도 우리에게도 아픈 역사를 지닌 지역이다. 우선 히틀러가 러시아를 침략할 때 볼고그라드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저항으로 퇴폐하면서 수백만명의 전사자를 내기도 했으며 러시아가 연해주에 있던 고려인들을 강제 이주시켜 노역에 이용했던 우리에게도 가슴 아픈 역사가 묻어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 고려인들이 지하 2~3평의 공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현재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NGO단체인 하얀코끼리 등과 함께 가칭 ‘고려인문화센터(한글학교)를 지어주기 위해 모금운동을 진행 중에 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고려인들에게 희망을 선사해 줬으면 좋겠다.”
 

앞서 국제학술대회 통합을 위해 부처간 힘겨루기를 문제 삼으셨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나

“아까도 말했듯이 국제학술대회는 교육부의 지원으로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가장 먼저 실행해 오고 있는 정부 사업이다. 문체부와 외교부가 우리 학술대회를 벤치마킹해 비슷한 행사를 개최하고 나서부터 교육부와 문체부, 외교부가 예산낭비라는 수렁에 빠져 버렸다. 난 아직도 문체부와 외교부가 왜 비슷한 행사를 개최한 이후 예산낭비를 이유로 교육부 예산을 빼앗아 가려하는지 그 의도를 모르겠다. 교과서 교재 공급사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부처가 뛰어들고 나서 배송비만 2~3배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재보급사업 대부분의 예산이 교재 구매와 배송비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배송비 뿐이다.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배송비로 쓰는 한해 예산만 10억원이다. 3개 부처의 배송비만 통합해도 예산의 중복으로 인한 낭비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교재를 효율적으로 배포하고 정말 필요한 지역에 보급하는 노하우는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에 있는 만큼 문체부와 외교부가 협조해줬으면 좋겠다.”

재외동포들의 한글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1세대나 2세대까지는 한글을 곧잘 하지만 3세대나 4세대들은 우리말을 전혀 못하는 동포들도 많다. 큰 문제다. 2015년 이러닝 현장강의 때문에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갔을 때 300km 넘게 떨어진 지역에서 현장강의에 참여하려고 먼 길을 달려오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우리 문화, 우리글을 배우려는 열의가 넘쳐난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하루 빨리 예산을 통합해서라도, 아니 부처 간의 협업을 통해서라도 이들 지역에 조속히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 낭비가 아니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통해 시급히 지원해야 하는 우리의 의무다.” 

영담 스님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이사장
석왕사 주지
백상정사 회주
부천시불교연합회 회장
사회복지법인 룸비니 이사장
(사)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 이사장
(사)한중불교문화교류협회 회장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사)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사)겨레의 숲 공동대표
(사)하얀코끼리 이사장
(재)고산문화재단 이사장
불교문화재제자리찾기운동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