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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하도겸 칼럼] 고려대장경이 만들어진 곳, 아 남해
등록일
2017.11.18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787
등록 2014-10-08 16:22:33  |  수정 2016-12-28 13:29:09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역사 산책’ <1> 

 해인사 장경판전(藏經板殿 : Haeinsa Temple Janggyeong Panjeon, the Depositories for the Tripitaka Koreana Woodblocks)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그 안에 봉안된 고려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이 명예로운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 경판에 이름이 오른 승려와 일반 백성이 있다. 대략 2만7000여 개에 달하는 이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고려대장경의 판각에 참가한 연인원은 최대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나무 벌채와 운반에 8만~10만명, 한지 제작에 1만명, 필사에 5만명, 글자를 파는 각수 1800명, 이외에 마구리·장석·못의 제작, 붓·벼루·먹의 조성, 조각도·대패·톱의 제작, 옻의 채취와 가공, 완성된 경판의 운반, 인경과 제본, 대장경 창고인 판당의 건축, 식사 등을 담당한 인원을 합산한 것이다. 50만명이라는 인원은 당시 고려 수도인 개경의 인구와 맞먹고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고려 전체 인구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왜 이처럼 어마어마한 인원이 고려대장경 판각에 참여했겠는가?”라며 윤이상 생가 지킴이로 잘 알려진 영담 스님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난해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일대에서 고려대장경(해인사 팔만대장경) 판각과 관련된 건물지와 유물들이 대거 발굴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이와 관련된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8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남해 고려대장경 판각유적지 원형복원을 위한 정책개발 세미나’다. 남해군(군수 박영일)과 국회의원 여상규 의원실이 주최하고 고산문화재단(이사장 영담 스님)과 남해 화방사(주지 종호 스님)가 주관하며 국회 정각회가 후원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울산 암각화를 최초로 발견했으며 40년 전에 강화도 선원사지를 발굴하고 ‘강화도 고려대장경 판각설’을 처음 주장했던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문 교수는 ‘고려대장경의 의의와 판각, 판고지 문제’란 강연을 통해 최근의 연구와 발굴성과를 수용하면서 “고려대장경 판각 당시 무신정권의 최고실력자였던 최이(우)와 최항 부자가 강화에는 고려대장도감, 남해에는 분사대장도감이라는 국가공식기구를 설치했고 이 두 기구를 설치할 때부터 남해 분사대장도감의 운영을 정안에게 일임했다. 이로 볼 때 전기(前期)에는 강화, 후기(後期)에는 남해에서 고려대장경을 반반씩 판각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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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외국 소재 한국 문화재 조사의 권위자인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고려대장경의 판각이 90% 이상 이뤄졌을 때 비로소 강화 선원사가 완공되었다는 점과 ▲고려대장경판에 새겨져 있는 각수들의 이름을 조사해 본 결과 분사대장도감판이나 대장도감판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각수에 의해 새겨졌음이 확인된 점 ▲그동안 분사대장도감판으로 분류됐던 대부분 경판이 ‘대장도감’이라는 글자를 파내고 그 자리에 상감수법으로 ‘분사대장도감’이라는 글자를 바꿔 삽입한 점 등을 들어 “고려대장경 전부가 남해에서 판각됐다”고 주장했다. 

 발굴조사에 참여했던 김미영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연구연구팀장이 ‘남해군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 유적 발굴성과와 향후 과제’, 이원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이 ‘남해군 고려대장경 판각지 관광 자원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영일 군수는 “이번 세미나는 남해가 고려대장경의 판각지였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분사대장도감 남해의 위상을 드높이고자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고려대장경 판각 유적지의 원형 복원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영담 스님은 “고려대장경 판각지(전 선원사지, 백련암지)에 대한 그간의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일부이든 전부이든 남해군에서 고려대장경이 판각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더구나 남해군에서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관련 유적이 발굴됐기 때문에 일단은 남해군 판각지부터 먼저 복원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일 것”이라면서 정부와 여야를 넘은 국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세미나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강창일 국회 정각회장, 정갑윤 국회부의장, 여상규 국회의원, 주호영 국회의원, 김장실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고려대장경 판각지 복원은 우리 민족문화 우수성을 선양하고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를 정복한 몽골 군대에 무력으로는 상대되지 않지만, 그래도 고려의 정신만은 꺾일 수 없다는 강한 자주의식과 합심해 고난을 극복하자는 단결심, 문화강국으로서의 자부심과 평화에 대한 염원 등이 있었기 때문에 대장경 판각이 가능했다. 이렇게 고려대장경에 담긴 고려인의 정신과 뜻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과 완벽히 맞아떨어진다. 이런 뜻을 새기는 계기가 된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근래 영담 스님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렵게 스리랑카 정부가 공인하는 부처님 진신 사리를 부천 석왕사로 모시고 온 것처럼, 우리 국민이 몇 년 뒤 복원된 판각지를 보면서 고려대장경이 만들어졌던 16년간의 기나긴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오래된 미래’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