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기 前 교수 3일 고산문화재단 ‘94개혁 20주년 포럼’서
‘불교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본 불교자주화의 현실’ 발표
2014년 04월 02일 (수) 17:45:51
서현욱 기자
“조계종, 불교는 법 테두리 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불교는 지금까지 ‘떼법’으로 임시방편으로 건축불사를 했지만, 그 과보는 누군가 행정기관에 들어가 굽신거리는 비겁한 종교로 만들었다. 불사는 법에 맞게 집행해 후속 세대에 당당하게 물려주어야 한다.”
집권 2년차인 박근혜 정부는 최근 사회전반에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언론도 ‘암덩어리’ ‘손톱 밑 가시’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맞장구다.
불교계도 다르지 않다.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전사법)>을 비롯해 문화재보호법, 자연공원법 등 규제법령이 불교발전과 사찰 운영에 저해된다며 개정 또는 철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은 박근혜 정부 규제개혁에 맞춰 불교관련 규제 개혁안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고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지지협동조합이 주관한 ‘종단개혁 20년, 한국불교 진단과 미래전망-94개혁정신으로 종단의 현재를 본다’ 포럼이 3일 오후 1시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렸다.
94년 종단개혁은 불교 자주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94년 종단개혁이후 불교관련 국가법령의 제·개정 과정은 불교자주화를 위한 행위에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환기 동명대 前 불교문화학과 교수는 ‘불교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본 불교자주화의 현실’ 발제문에서 1994년 이후 20년간 이루어진 불교관련 국가법령 개정 내용을 고찰했다. 불교가 국가·정부에 예속되어 있는 속살을 헤집고 불교관련 법령 개정돼야 자주화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불교규제 법령의 대표주자는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1962년 불교재산관리법에서 출발해 전통사찰보존법을 거쳐 2009년 현행법 개정돼 이어지고 있다.
“전사법에 ‘지원’ 강조, 국가 돈 목말라 하나”
조환기 前교수는 “‘전통사찰보존법’이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바뀐 것은 국가와 자치단체의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며 “전통사찰보존법에 보조금 지원 조항이 있음에도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하면서까지 지원을 강조한 것은 불교계가 국가 지원에 목말라한 단적인 사례이다”고 지적했다.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3조는 전통사찰의 존엄 및 수행 환경을 규정한다. 조 前교수는 "수행환경’ 관련 조항이 삽입됐지만 수행환경이 침해됐을 때 어떻게 한다는 적극적인 규정이 없는 두루뭉술한 법조항이다”고 했다.
같은 법 7조 전통사찰보존위원회에 관한 규정에 대해서도 “전통사찰보존위원회가 전통사찰역사문화보존, 구역의 지정과 해제, 구역 내에서 도로나 철도 건설 사업 시행 전 등 심의권과 허가를 하지 않는 권한을 줘 역할이 중요하지만 시·도지사나 문체부, 조계종이 전통사찰보존위원회가 어떻게 어느 곳에 얼마나 구성돼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7조 2의 전통사찰문화원 설립 규정이 2009년 삽입됐다가 다시 삭제된 것은 조계종이 요청했다가 다시 종단의 모든 정보가 유출된다며 삭제를 요청하는 등 조석개변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고 했다.
“보조금 ‘활용’은 정부 우산 아래 살겠다는 것”
▲ 조환기 전 동명대 불교문화학과 교수ⓒ2014 불교닷컴
특히 이 법에 보조금 규정을 ‘활용’이라는 넓은 범위로 보조가 이루어지게 한 것은 불교자주화를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낙산사 화재 이후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19조 2를 신설해 방재시설의 설치, 유지, 관리, 예산을 지원하도록 했다”며 “이는 불교가 스스로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친정부적 종교로, 정부의 우산 아래 보호받아야 하는 종교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조환기 前교수는 ‘전통사찰보존법’과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역사를 짚으면서 불교자주화가 얼마나 요원한 일인지를 언급했다.
그는 “전통사찰 지정과 해제에 있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직원이나’라는 조항은 행정부서장에게 전통사찰 지정과 해제라는 막강한 권한을 쥐어 준 것이다”며 “전통사찰이 ‘보조금’이라는 당근을 얻으려면 문체부 장관 눈에서 벗어나면 직권으로 해제될 수 있는 족쇄에 걸려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전통사찰 주지를 ‘선량한 관리자’라는 애매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의무조항으로 묶여 있다”며 “선량한 관리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분명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조 前교수는 전통사찰의 동산과 부동산을 처분할 때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점도 불교자주화에 저해되는 요소로 봤다.
“행정부가 불교계를 계속 장악하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종단 재산을 처분하는 데 행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자율성과 자주성이 없는 일이다”며 “전사법의 규정은 불교의 재산권 행사를 막아버리는 타율적 조항이다”고 했다.
불교계는 2012년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에서 ‘재산관리인 임명’ 조항을 폐지한 점을 업적으로 말하지만, 조환기 前교수는 이에 반대했다.
그는 “동법 15조 2 규정에 ‘전통사찰 주지 및 사찰이 속한 단체가 변경된 경우는 시도지사에게 경위를 알려야 한다’고 한 점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며 “행정부가 계속 전통사찰과 전통사찰이 속한 불교계를 장악한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했다.
조 前교수는 전사법 개정 역사는 “여전히 불교가 정부의 보조금에 기대면서 종교 자주성을 상실한 소탐대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하고, “전사법 독소조항 개정 또는 완전한 폐지가 이루어져야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조금과 정부예산에만 매달려 불교 본래정신인 수행과 포교를 잊는 과오를 범하지 말고, 문화재 사찰과 일반 사찰로 구분해 단기간 이익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불교의 대자유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법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前교수는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과 종교편향에 대응한 법령 개정, 문화재보호법의 독소조항, 10·27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의 문제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