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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교신문] 렌즈로 바라본 한국불교 대표 선지식의 기록
등록일
2017.11.18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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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 작품세계 추구한
우리나라 사진계의 거장

쌍계총림 방장 일상 담은
사진 40여장 모은 책 출간

“최고 사진작가의 열정으로
자연스런 스님의 기록 남겨“

일제로부터 해방되던 1945년 입산해 3년 동안 행자생활을 하고, 1948년 계를 받는 등 올해로 출가 70주년을 맞은 ‘근대한국불교의 산증인’ 쌍계총림 방장 고산스님. 조계종 원로의원과 총무원장, 전계대화상 등을 역임한 가운데 해박한 경전에 대한 이해와 선사, 율사의 면모를 갖춘 스승으로 꼽히며 현재까지 전법교화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모더니즘 사진의 대가로 평가 받고 있는 주명덕 작가가 고산스님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은 사진집에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명덕 작가는 1966년 첫 개인전 ‘홀트씨 고아원’으로 한국의 현대적 기록사진을 시작한 장본인이자 사진매체의 순수함을 지켜온 한국사진계의 거목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초기작을 거쳐 한국의 공간과 자연을 ‘흑백의 미’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의 소박한 일상생활과 다비식, 사리를 담은 사진집 <성철 큰 스님>을 펴내고 관련 전시회도 여는 등 불교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1960~70년대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활동하고, 사단법인 민족사진작가협회 회장, 제1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원로 사진작가가 이번에 불교계 선지식을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표현한 사진작품을 선보여 주목된다.


주 작가는 고산문화재단의 요청으로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쌍계사를 비롯해 부산 혜원정사, 통영 연화사, 부천 석왕사에서 고산스님을 촬영했다. “예술작품에는 ‘생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작은 풀잎 하나하나에도 살아있는 생명성을 표현해 내는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도 선·교·율은 물론 사판의 교화까지 겸비한 근대 선지식의 생명성 넘치는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주장자를 들고 종단 어른으로 근엄하게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설하는 모습은 물론 밀짚모자를 쓰고 제자들과 함께 산책을 나서거나 경내에서 화단과 텃밭을 가꾸는 인자한 노장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고산스님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칼라와 흑백사진 40여 장을 만나볼 수 있다.

고산문화재단 관계자는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산에 올라갈 때면 주명덕 작가는 스님보다 더 헐떡거렸지만, 장대비가 내려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고 온몸이 흠뻑 젖도록 셔터를 연신 누르는 등 70을 훌쩍 넘은 거장의 예술혼이 느껴졌다”면서 “사진에 있어 최고인 작가의 열정으로 자연스러운 스님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고 의미를 전했다. 이번에 출간된 사진집에 실린 작품은 지난 10월21일부터 28일까지 석왕사 천상법당에서 ‘고산 스님’ 전시회를 통해 사부대중에 공개됐으며, 내년 달력에 수록돼 함께 출판됐다.

<지리산 무쇠소>라는 회고록의 제목처럼 평생을 엄격하면서 원칙을 강조하며 살아온 고산스님은 1933년 경남 울주에서 태어났다. 해방되던 해인 1945년 입산해 1948년 동산스님으로부터 사미계, 1956년 비구계를 받았다. 이후 줄곧 강원에서 삼장을 연구했으며, 고봉스님에게 ‘선교일여도리’를 배웠고, 1972년 석암율사로부터 전계를 받았다. 조계사와 은해사, 쌍계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1998년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다. 2008년 조계종 전계대화상으로 추대됐으며, 2013년 쌍계총림 쌍계사 초대방장으로 추대됐다.
 

 
원로 사진작가 주명덕 작가가 쌍계총림 쌍계사 방장 고산스님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책으로 엮은 사진집 <고산 스님>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사진집에 수록된 고산스님의 모습.

스님은 경전에도 밝아 다양한 불서들을 번역해 소개했다. 대표적 저서로 <우리말 불자 수지독송경>, <반야심경 강의>, <대승기신론 강의>, <다도의범>, <관세음보살 영험록, 소원을 이루는 법> 등이 있다. 특히 스님의 출가 70주년을 기념해 <쌍계총림신서(雙磎叢林新書)> 두 번째 시리즈 ‘고산큰스님 보살계 법문’을 지난 5월 출간했다. 올해 초 ‘육조단경 강의’에 이어 3개월 만에 펴낸 이 책은 고산스님의 한국불교 계율의 기초를 이루는 경전인 ‘범망경노사나불설보살심지계품(梵網經盧舍那佛說菩薩心地戒品)’ 즉 <법망경> 강의를 담고 있는 등 세수 80세를 넘은 노구에도 전법교화의 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